◀ 앵 커 ▶
정확한 사실 관계를 따져보는
대전MBC 팩트체크 기획 '뉴스참'입니다.
첫 순서로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대전시의 170억 원짜리 3대 하천 준설사업이
과연 수해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살펴봤는데요.
윤소영, 이혜현, 두 기자가
그 허와 실을 팩트체크했습니다.
◀ 리포트 ▶
중장비들이 하천에 쌓인 흙을 퍼내고 있습니다.
대전시가 지난해 12월부터 170억여 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3대 하천 준설 사업입니다.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 등 20.7㎞ 구간에서
쌓인 흙 50만 4천㎥를 파내 집중호우 때
하천 범람을 막겠다는 겁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하천 준설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업무회의에서는
"올해는 홍수 예방에 필수적인 구간만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3대 하천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준설이 지속적인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숩니다.
퍼내도 퍼내도 같은 자리에 퇴적물이 쌓이는
'평형하상'이라는 하천의 특성 때문입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재퇴적이 일어난 경우에는 한 번 준설한다고 해서 그 문제, 준설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매년 거의 반복적으로 준설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거예요."
지난 2020년 준설 공사가 진행된
대전천 구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해 봤습니다.
당시 준설이 이뤄졌던 곳에도
다시 퇴적물이 쌓인 모습이 확인됩니다.
"저곳은 약 4년 전 준설 작업으로 하천물이
흘렀던 장소인데요. 하지만 다시 흙이 쌓이면서
풀숲이 무성한 육지로 원상 복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범람 위험이 높은 구간들만
골라서 준설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진단합니다.
또한 "미리 대비해야 할 홍수량 등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준설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동열/대전보건대 재난건설안전과 교수
"제방 또는 둑을 쌓을 때 어느 정도 높이로 해야 되는가, 준설이 어느 정도가 필요한가,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으면 저희들이 유량의 흐름이라든지 수위의 판단이 가끔은 틀리는 경우가 있어요."
대전시는 지난해 상반기, 자체 작성한
"국가하천 재해예방 정비사업 실시설계보고서"
등을 근거로 준설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실제로
준설의 타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1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자료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팩트체크 뉴스참>
"제가 들고 있는 것은 대전시가 자체 작성한
'국가하천 재해예방 정비사업 실시설계보고서'
입니다.
대전 3대 하천 준설 사업의 핵심 근거가
된 자료인데, 정부 공식 보고서보다
홍수량 수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에는 하천별로 홍수 때 물의 양인
'홍수량'과 준설 전후 수위 변화량 등이
수치로 제시돼 있습니다.
대전 대덕구 원천교 상·하류 구간인
갑천 1구간에서 대전시가 설정한
계획 홍수량은 초당 5천㎥입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준설이 진행되면,
홍수위는 기존 37m에서 1.5m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와는 홍수량 수치에서부터
차이가 났습니다.
정부 보고서에서 같은 구간의
계획 홍수량은 초당 3천323㎥,
대전시가 설정한 수치보다
30% 이상 적습니다.
또 정부가 산출한 홍수위는 36m,
제방과의 간격이 2m에 달해
준설 없이도 통상적인 여유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정부보다 부풀려진
대전시 통계 자료의 수치 차이는
갑천 전역에서 나타났습니다.
부풀려진 통계를 바탕으로 공사를 강행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준설이 실제로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실험을 통해 검증해 봤습니다.
대전의 3대 하천처럼 완만한 상류 하천을
가정한 실험 장치에 80mm의 물을 채운 뒤,
퇴적토가 쌓인 상황을 재현했습니다.
퇴적토가 쌓이면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험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모형을 40mm 높이까지 올렸지만
수위는 오히려 5mm가량 낮아졌습니다.
반면, 유속이 빠른 계곡형 하천으로
가정했을 땐 퇴적토 높이만큼 수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완만한 하천보다는 계곡형 하천에서
준설이 범람 예방 효과가 있는 겁니다.
전문가는 준설이 반드시 하천 수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유속 분석 등
정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백경오/한경국립대 건설공학부 교수
"하천 바닥을 파봤자 홍수위 저감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 대전시에서 나온 준설을 하기 위한 실시설계 보고서를 보면, 그런 것들에 대한 교량 때문에 상류가 발생하니, 사류가 발생하니 이런 식의 분석은 제가 검토한 바로는 없었고요."
뉴스참에서는
대전 3대 하천 준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모두 5명의 교수진에게 자문했습니다.
5명 모두 "공학적으로는 준설이 수위 저감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라고 답했지만,
이 가운데 3명은 "대전시의 홍수량 산정이
정부의 계획과 어긋나거나 과장됐다"라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고,
1명을 제외한 전원이 "170억 원의
사업 규모에 비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팩트체크 결과,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등 각종 논란을 낳고
있는 대전시의 3대 하천 준설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는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확인됐습니다. MBC뉴스 이혜현입니다."
◀ END ▶
- # 대전시
- # 하천
- # 준설
- # 뉴스참
- # 팩트체크
- # 수해
- # 홍수
Copyright © Daejeon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