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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마을, 잊혀진 사람들"...성광마을 한센인 정착촌의 현재/투데이

이혜현 기자 입력 2025-05-06 08:28:37 수정 2025-05-06 08:28:37 조회수 9

            ◀ 앵 커 ▶

한때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센인들인데요.

논산시 성광마을에는 한센인

13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데,

턱없이 부족한 지원과 열역한

환경에, 수십 년 간 방치돼있습니다.

이혜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좁은 시골길 옆으로

낡은 축사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창은 온데간데없고 무너진 지붕 위로

먼지만이 바람에 흩날립니다.

폐허가 된 이곳은 60여 년 전부터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논산시의 '성광마을'입니다.

과거 한센병을 향한 혐오를 피해

한센인들은 전국 82곳에 정착촌을 만들었는데

성광마을도 그중 하나입니다.

주민들은 돼지를 기르며 자립을 꿈꿨지만,

나이가 들고 신체적 장애가 겹치면서 축사도

생계도 모두 무너졌습니다.

성광마을 주민

"이제 (일을) 못 하는 게 나이 들어서‥ 우리는 나이 들어서 (일을) 하려고 해도 못 하고‥"

평균 나이 80세가 넘는 주민 대다수가

오로지 기초생활수급비와 정부의 월 19만 원

한센인 위로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집조차 본인 게 아닙니다.

마을 땅 절반 이상이 천주교 재단 소유입니다.

성광마을 주민

"어디로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요.

다른 데는 보상도 잘해서 어떻게 됐더만, 우리 동네는 뭐 어떻게 오고 가는 일들이 보상도 없고‥"

진척이 더딘 환경 개선 사업도 문제입니다.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지붕이 부서진 채

마을 곳곳에 방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매번 이 위험한 건물 옆을 지나야 합니다."

성광마을의 상당수가 사유지라는 이유 등으로

마을 환경 개선 대상에서 일부 사업이 제외된

겁니다.

지난 2월에야 권익위원회가 석면 지붕 철거

지원을 결정했지만, 주민들은 지붕만 일부

철거하는 건 환경개선 효과가 없다고 맞서

이마저도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 일부 버려진 땅은 헐값에 팔렸고

외지인들이 무분별하게 기업형 축사를 세웠습니다.

배려 없이 버려지는 분뇨와 폐수는

주민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겼습니다.

성광마을 주민

"냄새가 너무 많이 나니까 여름에도 문을, 창문을 못 열어놔요.머리가 많이 아프죠."

충남도의회가 마을을 지원하는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진척이 없습니다.

한정란 / 한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 조건이 조성돼야 되는데⋯

지자체에다가만 맡겨놓을 문제도 아니고 국가에서 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센인의 역사를 좀 기억하기 위한 그러한 조치로라도‥"

남겨진 사람들, 언제까지 숨죽여야 할까요.

성광마을 이장

"나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병 하나 걸렸다는 거 가지고⋯ 지금 와서 그냥 세상 마치려니까 너무 좀 억울하기도 하고‥"

MBC뉴스 이혜현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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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do99@t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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