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탄핵 정국을 지나며 깊어진 우리 사회의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풀고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기획보도 순서입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
문형배 헌법재판관과 함께 그를 지원한 어른,
독지가 김장하 선생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잘 알려진 문학계의 어른,
나태주 시인을 김윤미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과거 40년 넘게 교단에 섰던 나태주 시인.
초임 교사 시절 겪었던 비상계엄 사태를
여든인 지난겨울, 다시 마주해야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최근 몇 달 동안 굉장히 큰 불안과 혼란을 겪었잖아요."
나태주 / 시인
"내가 책 내는 사람이잖아요. 진짜 계엄이면 다 검열해야 돼요. 그래서 거기서 안 된다고 그러면 빼야 됩니다. 책도 못 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놀랐던 거예요. 우리는요, 계엄이라는 그 소리조차도 듣지 않고 살기를 바라요."
넉 달 만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사이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가 몰아쳤습니다.
숙고를 거쳐 나온 8대 0 만장일치는 어쩌면
우리 사회를 향한 통합의 메시지일지 모릅니다.
나태주 / 시인
"5대 3으로 했더라면 이거 난리 납니다. 아실 거예요. 3이 못 견디는 거예요. 그래서 어렵게 결과를 도출하지 않았을까..그 속에는 많은 염려와 걱정을 가진 애국심이 들어가 있다고 난 생각해요."
보수와 진보, 진영 논리로 쪼개진 상처가
아물고 통합과 상생의 새살이 돋는 과정이
쉬울 리는 없습니다.
나태주 / 시인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어요. 흙탕물도 그냥 바로 가라앉아서 맑은 물이 되질 않아요. 금강물이 이제 홍수 때 여름철에 이렇게 막 흘러가잖아요. 근데 그게요. 한 3~4일, 일주일 다시 맑아집니다. 말하자면 자정작용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래서 이 시대에 진짜로 필요한 것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갈등과 대립, 그로 인해 '나'만 있고,
'너'는 없는 지금의 정치 그리고 사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 '풀꽃'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너도 그렇다'라는 마지막 글귀라며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나태주 / 시인
"70대 30이 됐을 때 70을 가진 사람이 아량을 베풀어야 돼요. 너그럽게 품어줘야 되고, 자리도 비켜줘야 되고, 승자 독식이라는 것이 매우 억울하게 하고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의자 뺏기야, 의자가 딱 하나인데 뺏은 사람은 좋고 뺏긴 사람은 무릎 꿇고 말아야 되고.."
"지금의 시대에서 꼭 읽어봤으면 하는 시나 이런 게 있다면..?"
나태주 / 시인
"삶이라는 것이 우리를 노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거구나, 그래도 뭔가 저렇게 기다려라 그랬으니까 좀 기다려보자. 그래서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런 시를 한번 꺼내 읽고 호흡 조절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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