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한 동시다발적인 산불은,
일주일 가까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사상자는 물론, 보금자리가 잿더미로
변하는 등,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데요.
누군가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작은 불씨로 시작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불을 지피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윤소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계룡산 국립공원 자락에 자리한 농촌 마을.
밭을 매는 주민 옆으로 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지난해 농사를 짓고 남은 짚을 모아
태우는 중입니다.
마을 주민
"지금 태웠어, 금방. 금방 내 사그라들어. 쓰레기통에 못 버려, 이건."
밭 곳곳엔 이미 여러 차례 불을 지핀
흔적이 선명합니다.
산불 감시원이 종종 마을을 순찰하지만,
빈틈을 타 소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산불 감시원이) 뺑뺑 돌아다녀, 하지 말라고 하지. 근데 안 태울 수가 있어?"
인근 논두렁 곳곳에도
소각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림과 가까운 논두렁이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자칫 불씨가 잘못 날렸으면 큰 산불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해충을 없애기 위한
논·밭두렁 태우기가 여전한 겁니다.
월동기 논두렁에는 해충보다 익충이 더 많고, 소각을 통한 방제 효과도 크지 않다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촌진흥청의 홍보도
소용이 없습니다.
마을 주민
"옛날부터 봄 되면 논두렁에 풀나면 잡초 제거도 하고, 거기에 벌레 같은 거 생기면 그런 것도 잡고 그러려고.."
심지어 나무가 빽빽한 산속에서도
영농 부산물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파쇄하거나 외부로 반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소각을 택했습니다.
농민
"그럼 인건비 누가 대줄 거예요. 이거 농사지어서 인건비 나와요?"
며칠째 이어지는 강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바로 뒤 산으로 날아갈 수 있는 데도
산불로 번질 일은 없다고 장담합니다.
농민
"이 뒤에 (낙엽 등은) 다 긁어서 불이 날 수 없게 만들었잖아. (나무 같은 건?) 그러니까 저런 거는 불이 안 나요, 금방."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소각하다
불이 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작은 불씨 하나가 남긴 책임이
그 어떤 처벌보다도 더 무겁다는 걸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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