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정신없이 등교시키고 엉망이 된 집을 이곳저곳 정리하다 딸아이 책상에서 유치원때부터 보던 한자학습책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 책을 보니 딸의 유치원 때 일이 생각 나더군요. 어느날 유치원 담임 선생님께서 아주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가 오셨어요. 요즘 원에서 한자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하늘 천! 땅 지!...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따라할 정도로  딸아이가 너무 열성적으로 참여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날 점심 반찬으로  '도토리 묵'이 나왔는데 딸아이가 미끄덩 거리는 묵을 잡아보려 미간을 찌푸려가며 애쓰더니만 문뜩 선생님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외치더랍니다.  "선생님! 이 도토리 묵도 한자지요?? 하늘 천, 땅 지..처럼 토토리~~~ 묵! 맞지요??" 너무 확신에 찬 딸아이의 눈빛에 선생님은 웃음을 삭히느라 잠시동안 말씀을 하시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나이때쯤 또 이런일도 있었지요...

가족들이 장태산에 갔었는데 차에 싣고 간 킥보드를 산길에서는 탈 수 없어 못타게 하고 딸아이를 간신히 달래며 산길을 걷고 있는데, 순간 청솔모가 우리앞에 쪼르르 지나가더니 산가지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우리 식구들 다 신기해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딸아이만 못 봤다고 엄청 실망을 하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오늘 진짜 슬프다.. 내가 좋아하는 킥보드도 못 보고.. 귀여운  청솔모도 못타고.."    ㅋ속상한 마음이 앞서서는 말을 뒤집어서 말하는 천진한 딸아이의 모습에 우리 모두 대놓고 웃지못해 숨죽여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열살이 되어 나름 다큰 어른마냥 간혹 행동할때도 있지만

딸아이의 그 순수한 엉뚱함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딸아~ 엄만 너의 그 엉뚱깨발랄이 너무너무 좋단다

사랑해 소중한 내 딸 주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