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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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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금 14시 05분 방송
로컬방송
장르
오락·예능 프로그램
등급
All
연출
장래균
구성
김수연
진행
김주홍, 이수진

외할머니의 잔소리

2018년 07월 27일 14시 27분 35초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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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여름 휴가철이 되면 강원도 원주 외할머니댁을 방문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외할머니를 찾아 뵙고 친척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도 지난 주 외할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사실 저는 외할머니를 찾아뵙는 것이 그다지 흥겹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신 외할머니의 잔소리가 정말 싫기 때문입니다. 외할머니께선 제가 유치원 시절부터 여자아이가 살찌면 안 된다며 채소류 외에는 먹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운동을 이유로 손을 잡고 산과 들로 저를 이끄셨는데,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힘들었지만 외할머니께서 정하신 시간에 차리는 음식만 먹어야 했기에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해서도 어려서부터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커서도 습관이 돼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학이 되면 최소 보름간은 외할머니댁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밤마다 이불속에서 소리 없이 흐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외할머니와의 인연이 사회인이 된 지금도 트라우마처럼 제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올해 외할머니댁 방문은 친구들과 휴가가고 싶어 정말 가기 싫었는데, 부모님의 권유와 “이번 휴가는 할머니와 시원한 계곡으로 가자!”시는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소 도살장 끌려가듯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외할머니댁 방문은 도착하면서부터 분위기가 새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외할머니께서 차려놓으신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금지시키셨던 떡볶이, 오뎅, 돼지갈비 등이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외할머니께선 놀란 제 눈을 보시고 웃으시더니 "슬비야, 이제 네가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어라!"시며 등을 두드려 주셨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가 잔소리 한 건 너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라고 염려해서 한 거란다. 이제 날씬한 몸에 예쁘게 자랐으니 됐다."


순간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외할머니의 잔소리가 제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아, 나를 사랑하신 외할머니의 깊은 뜻이로구나!'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하고 외할머니품에 꼭 안겼습니다.


평소 저의 엄마도 제 일상에 대해 끊임 없이 잔소리하시는 편입니다. "공부해라부터 스마트폰 적당히 해라, 친구랑 긴 시간 보내지 마라!" 등등 한순간도 어머니의 시선을 피할 수 없어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어떻게 모녀지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격이 똑같을 수 있을까?'하며 혀를 내두른 적이 많았습니다.


이제 외할머니의 진심을 알고 나니 그토록 지겨웠던 엄마의 잔소리도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세상 어느 부모님도 자식 못 되기를 바라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단지 자식 입장에선 자기 입장을 우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염려를 잔소리로 여기며 반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자식된 입장에서 부모님을 공경하고 봉양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매일 부모님을 대하다보니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착각해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소홀히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어느 대중가수가 부른 노랫말 중에 "있을 때 잘 해!"라는 노랫말처럼 부모님이 계실 때 잘하는 것이 효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부모님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종종 나오는데, 대다수가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무언가를 하려 하는데, 그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이것해라! 저것해라!" 말씀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가출 충동까지 느낀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올해 외할머니와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잔소리가 필요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좋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잔소리하는 사람입장에선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상대방이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잔소리하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제가 어려서부터 외할머니로부터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하라는 잔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지금의 제 건강과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외할머니와 엄마의 잔소리는 제가 성장하는데 있어 필요한 영양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홀로 계시는 외할머니를 자주 방문해 말동무가 돼 드리고 싶습니다. 외할머니께선 교사생활을 하셔서 그러신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엄마는 늦게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리시느라 항상 늦게 주무시는데, 가끔은 그 일을 제가 대신 해드리고 싶습니다.


"할머니! 내년에도 푸짐한 돼지갈비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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