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죠.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는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배우고 싶어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포기해야만
했던 할머니들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수필집에다 오디오북까지 냈는데요.
조형찬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73살 문원희 할머니가 자신이 지은 수필
'소꿉친구와 메밀수제비'를 읽어 내려갑니다.
자신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 집에서
밥을 먹고 왔다고, 어머님께 야단을 맞는
대목입니다.
[문원희 / '소꿉친구와 메밀수제비' 中]
"진잎국 수제비를 주셨다. 정말 맛있게 먹고
놀다 집에 가면 엄니한테 야단을 맞았다.
때 되면 집에 와서 먹어야지, 왜 그 어렵게
사는 집에서 밥까지 먹고 왔니? 미안하게.
지금 생각하면 그땐 참 철이 없었던 것 같다."
김동순 할머니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한스러움이 떠올라
연신 눈물을 삼킵니다.
[김동순 / '운동회' 中]
"괴로웠다. 공부는 언젠가는 배울 수 있을테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랑 같이 학교에 다니는
추억은 나중에 얻을 수 있을까?"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에서 뒤늦게 중학교
과정을 이수 중인 할머니 16명이, 자신들이 쓴 수필집 '오늘이 내 인생의 봄날입니다'를
오디오북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앞으로 문예교육 과정을 계속 지정·확대할
것이고요. 그리고 문화 교육, 스마트폰,
또 컴퓨터 교육 등 다양한 평생교육을 운영해 나갈 겁니다."
수필집에 그려진 삽화는 손녀 뻘인
충남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세대를 넘는 교감을 나눴습니다.
[김도연 / 충남예고 2학년]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고 그러는 게 당연한데 그때는 못하셨던 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데 못하신 게 조금 슬프기도 하고."
수필집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큰 글자체로 만들었고, 오디오북은 할머니와
전문 성우 두 버전으로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서점 등에서 공개돼 이 달 말부터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동순 할머니(73) / 천안시 백석동]
"다시 애기들 마냥 그림도 그리고 책도
다시 쓰고 싶고, 아쉬워요. 항상. 몸이
허락되면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MBC 뉴스 조형찬 입니다.